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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환경보전법 정화비용, 직접 파지 않아도 시공사가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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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환경보전법 정화비용, 직접 파지 않아도 시공사가 냅니다

※ 먼저 읽으면 좋은 글: 폐기물관리법 완전 정리: 규제 대상부터 위반 처벌까지


한눈에 보기

  • 오염을 직접 내지 않았어도, 자기 관리·감독 아래 있는 업체가 냈다면 정화책임자가 됩니다

  • 선순위 정화책임자라도 정화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 명령을 이행한 뒤에도 다른 정화책임자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정화비용은 원래 누가 내게 되어 있나

토양오염이 확인되면 행정청은 정화명령을 내립니다. 근거는 토양환경보전법 제11조 제3항, 제15조 제3항 등입니다. 명령을 받은 사람이 정화비용을 냅니다. 부지 규모에 따라 수억 원이 오갑니다.

오염이 드러나는 경로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공사 중 땅을 파다가 이상한 흙이 나오고, 신고가 들어가고, 행정청이 토양정밀조사를 명하고, 조사 결과 기준을 넘으면 정화명령으로 이어집니다. 이 글에서 볼 두 사건도 모두 이 순서를 밟았습니다.

누구에게 명령이 가는지는 제10조의4 제1항이 따로 정해두었습니다. 정화책임자는 네 가지입니다.

구분

누구인가

1호

토양오염물질을 누출·유출·투기·방치하거나 그 밖의 행위로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자

2호

오염 발생 당시 원인이 된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주유소 지하탱크, 공장 배관 등)의 소유자·점유자·운영자

3호

합병·상속 등으로 1호·2호의 권리의무를 포괄 승계한 자

4호

오염된 토지를 소유했거나 현재 소유 또는 점유하는 자

명령을 아무에게나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행령 제5조의3 제1항이 명령을 내릴 순서까지 정해두었습니다.

  1. 오염을 발생시킨 자(1호)와 그 포괄승계인

  2. 오염 당시 시설의 점유자·운영자(2호)와 그 포괄승계인

  3. 오염 당시 시설의 소유자(2호)와 그 포괄승계인

  4. 오염된 토지를 현재 소유 또는 점유하는 자(4호)

  5. 오염된 토지를 소유했던 자(4호)

오염시킨 사람이 먼저라는 뜻입니다. 지금 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1순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로 이어집니다. 제29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습니다. 과태료가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상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우리는 직접 판 적도, 버린 적도 없는데 왜 1호로 지목되는가.

직접 파지 않아도 1호 책임자입니다

실제 사건을 보겠습니다.

인천의 한 복합건물 신축 현장 상황 묘사

인천의 한 복합건물 신축 현장이 있었습니다. 이 현장의 흙은 이미 불소가 검출되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불소는 토양오염 우려기준이 정해져 있는 규제 대상 물질입니다.

기준을 넘으면 그 흙은 다른 현장으로 가져가 쓸 수 없습니다. 한편 인근 도시개발사업 부지에서는 토양정화업체가 오염토를 파낸 자리에 깨끗한 흙을 되메우는 정화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 문제는 그 되메움용 흙이었습니다.

깨끗한 흙을 대기로 한 업체가 지정된 토취장에서 흙을 가져오기 어려워지자, 부적합 판정이 난 신축 현장의 흙을 대신 실어 오게 했습니다. 2019년 9월 한 달 사이의 일이었습니다.

  •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정화하려던 부지가 다시 오염됐습니다.

정밀조사 결과 정화가 필요한 면적은 8,138제곱미터, 부피는 약 1만 4,672세제곱미터로 나왔습니다. 축구장 하나가 조금 넘는 땅을 평균 1.8미터 깊이로 파내야 하는 양입니다.

오염된 흙을 실어 온 것은 다른 업체였지만, 그 부지의 정화를 맡아 진행하던 주체는 이 토양정화업체였습니다. 구청은 정화업체에 정화조치명령을 내렸고, 업체는 자기 비용으로 다시 파냈습니다.

  • 그리고 신축 현장의 시공사에 그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흙을 실어 나른 회사는 시공사와 직접 계약한 상대도 아니었습니다. 계약은 이렇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단계

누가 무엇을 맡았나

시공사

복합건물 신축공사 전체를 자기 책임과 계산으로 시공

1차

시공사로부터 토공사를 하도급받은 업체

2차

토공사 업체로부터 토사 운반을 위탁받은 업체

3차

다시 위탁받아 실제로 흙을 실어 나른 업체

세 다리 건넌 셈입니다.

원심은 시공사 손을 들어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파낸 흙은 '오염토양'일 뿐 토양환경보전법이 말하는 '토양오염물질'이 아니고, 시공사가 직접 오염을 일으켰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025. 5. 15. 선고 2023다306014

대법원은 두 가지를 모두 뒤집었습니다.

원심의 판단

대법원의 판단

파낸 오염토는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부지에서 반출되어 물질 상태가 된 오염토를 다른 땅에 투기하면 그것도 1호의 행위다

시공사가 직접 한 것이 아니다

자기 사업을 위해 자기 관리·감독 아래 있는 사람을 쓴 것이면 그 사람의 행위도 자기 행위다

두 번째가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1호 책임을 '행위책임'으로 규정하면서, 여기서 말하는 오염을 발생시킨 자란 "자기의 행위 또는 자기의 사업활동을 위하여 자기의 관리·감독하에 있는 자의 행위로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자"를 뜻한다고 했습니다.

시공사가 책임 지는 이유 인포그래픽

이유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자기 사무를 대신 수행하는 사람을 통해 사업활동 영역을 넓히고 그 이익을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귀속시키는 이상, 그 사람이 낸 오염에 대해서도 정화책임을 지우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세 다리 건넌 관계인데도 관리·감독이 인정된 근거는 현장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시공사는 현장소장을 두어 하청업체 관리를 총괄했고, 현장에서 흙을 반출하려면 반출량과 사토장 위치를 시공사에 보고하고 감리단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시공사가 그 절차를 관리·감독했다는 사실이 그대로 책임의 근거가 됐습니다.

계약서에 이름이 없어도 현장을 관리했다면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 계약서에 오염은 하도급업체 책임이라고 써두면 원청은 정화비용을 안 내나요?


그래도 전액을 무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오염을 낸 쪽이 무조건 전부 부담하는가. 2026년 4월 대법원은 여기에 선을 그었습니다.

2026. 4. 30. 2025다217580

경기 의왕의 한 공장 부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공공주택지구 사업이 들어오면서 사업시행자인 공공기관이 이 땅을 수용했습니다. 회사가 팔고 싶어서 판 것이 아니라 공익사업 때문에 강제로 넘긴 것입니다.

터 파기 도중 오염이 확인됐고, 공공기관은 정화명령을 받아 주변 8필지까지 묶어 41억 원 규모의 정화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그러고는 그중 이 땅 몫이라며 이곳에서 오래 공장을 운영해온 회사에 8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회사는 일단 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오염을 낸 것으로 본 쪽이 선순위, 땅을 취득한 쪽이 후순위입니다. 원심은 선순위가 전부 부담하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의 출발점도 원칙 그대로였습니다. 선순위 정화책임자가 정화비용을 최종적으로 부담하고, 후순위에게 구상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구상이란 먼저 낸 사람이 다른 책임자에게 각자 몫을 내놓으라고 청구하는 것입니다.

전액 부담이 아닐 수도 있는 상황 세가지

다만 예외를 열었습니다. 자기책임의 원칙과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선순위가 후순위에게 구상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법령이 정한 정화책임 순위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토양정화라는 공법적인 관점"에서 정해진 것일 뿐, 사인 사이의 구체적 이익형량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그러니 최종적인 비용 부담은 민사적으로 따로 정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예외가 인정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출발점은 오염의 양이 아니라 적용되는 기준이 올라갔다는 사정입니다. 공장이 있던 땅이 사람이 사는 주택지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땅의 쓰임이 바뀌자 적용될 기준도 올라갔고, 그만큼 파내야 할 흙이 늘었습니다.

근거

내용

기준 상승분

오염의 양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업 시행으로 기준이 올라 파낼 흙이 늘었다. 그 증가분까지 오염을 낸 쪽이 전부 떠안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이익의 귀속

더 엄격한 기준에 맞춰 정화한 이익은 땅을 가진 쪽에 오롯이 돌아간다

예측 가능성

수용으로 땅을 넘긴 회사는 그런 기준의 정화책임까지 예측하기 어려웠고, 보상금 산정에 정화비용이 고려되지도 않았다

대법원은 오염의 원인과 기여도, 이익의 귀속, 비용 발생 경위 등을 따져 각자의 몫을 정하라고 했습니다.

명령을 이행했다고 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정화비용 청구를 받았다면 확인할 것

  1. 먼저, 우리가 책임자가 맞는지

  • 명령서나 청구서에 우리가 몇 호 책임자로 적혔는지. 1호인지 4호인지에 따라 다툴 지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실제 작업한 업체와 우리 사이에 보고와 승인이 오갔는지. 계약 단계가 몇 다리인지보다 이것이 판단 기준입니다

  1. 빠질 수 있는지

  • 우리보다 선순위인 사람이 있는지. 오염을 직접 낸 쪽이 따로 있는데 우리에게 왔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4호로 지목됐다면 양수 당시 토양환경평가 자료가 있는지. 몰랐다는 말만으로는 면책되지 않습니다

  1. 맞다면, 얼마를 줄일 수 있는지

  • 정화로 이익을 보는 주체가 따로 있는지, 우리 사정이 아닌 이유로 적용 기준이 올라가 비용이 늘어난 부분이 있는지

  • 일단 부담한 뒤 다른 책임자에게 구상해 되찾을 구조인지

정화비용을 다투는 일과 정화를 진행하는 일은 동시에 가야 합니다. 명령을 미뤄두면 행정청이 대신 정화한 뒤 그 비용을 청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그때는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줄어듭니다.

걸리는 항목이 있다면 명령서 또는 비용 청구서와 현장의 반출·승인 서류를 챙겨두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이현은 이 두 가지를 먼저 봅니다. 우리가 정화책임자가 맞는지, 맞다면 몫을 줄일 지점이 있는지 확인한 뒤 알려드립니다.

다툴 여지가 없다면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전화, 카카오톡, 상담 신청 중 편하신 방법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인용한 판결 정보

  •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3다306014 판결 (원심 수원고등법원 2023. 11. 9. 선고 2022나17283 판결)

  •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다217580 판결 (원심 수원고등법원 2025. 9. 11. 선고 2023나25786 판결)

이 글에서 소개한 사건은 대법원이 실제로 판단해 공개한 판결입니다. 두 사건 모두 파기환송되어 하급심 심리가 진행 중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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