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원 징계, 성희롱 인정됐는데도 견책이 불문경고로 바뀐 이유는?
교육공무원 징계로 남을 뻔한 ‘성 비위 교사’ 낙인
수업 중 건넨 한마디가 ‘성 비위 교사’라는 낙인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임용 이후 15년 동안 단 한 번의 징계도 없던 교사였다. 그런데 수업 중 내뱉은 한 문장 때문에, 그는 ‘성 비위 교사’라는 정식 징계 이력을 안고 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한상우 교사(가명)에게 내려졌던 견책을 불문경고로 바꿨다. 한 단계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두 처분 사이에는 넘기 어려운 선이 하나 있다.
견책은 국가공무원법상 정식 징계로, 인사기록에 남아 이후의 승진과 평정을 오래 따라다닌다. 불문경고는 그 선의 바깥에 있는 행정상 경고일 뿐, 정식 징계가 아니다. 이 결정은 한상우 교사를 '징계 기록이 남는 교사'에서 '기록이 남지 않는 교사'로 되돌려 놓았다.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한 비유였다
발단은 평범한 역사 수업이었다.
한상우 교사는 삼국시대 왜구의 침략 장면을 학생들에게 실감 나게 전달하려 했다. 몰입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한 학생을 지목해, 배에서 쏟아져 내리는 왜적의 차림새에 빗댄 비유를 들었다. 문제는 그 비유에 성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이 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다음 수업 시간에도 지난 내용을 복습하며 같은 비유를 한 번 더 언급했다.
교육적 효과를 노린 즉흥적 표현이었지만, 지목당한 학생에게는 다르게 닿았다.
낙인이 된 단어
학생은 그 표현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학생이 이 사실을 교감에게 알리면서 사안은 공식 절차로 넘어갔다.
학교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이를 '경미한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한상우 교사는 곧바로 학생에게 사과했고, 학생과 학부모도 사과를 받아들여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절차는 멈추지 않았다. 대전광역시동부교육지원청은 그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아 경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일반징계위원회는 가장 낮은 단계의 징계인 견책을 의결했다.
여기서 핵심은 '견책'이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왜 그 아래로 내려갈 수 없었는가에 있었다. 성 관련 비위는 표창 경력이 있어도 징계를 감경할 수 없는 제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규정대로라면 견책이 사실상의 하한선이었다.
징계 감경은 불가능하다
교육지원청의 논리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이들은 문제가 된 단어 자체가 사회 통념상 성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았다. 수십 명이 함께 듣는 수업 시간에 특정 학생을 지목해 그런 표현을 쓴 이상, 모욕감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외부 전문가 의견도 "교사의 지위를 이용한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쪽이었다.
그리고 관련 규칙상 성 비위는 감경 제외 대상이므로, 표창이 아무리 많아도 견책보다 낮출 여지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었다.
법리로만 보면 반박하기 쉽지 않은 구성이었다. 감경 제외 규정을 정면으로 깨는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문을 찾아야 했다.
견책을 불문경고로 뒤집기
법무법인 이현이 가장 먼저 손에 쥔 것은, 의뢰인 스스로는 '당연한 과거'로 여겨 증거로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15년의 이력이었다.
임용 이후 단 한 건의 징계도 없었고, 교육감과 교육장 표창이 여러 차례 쌓여 있었다. 이현은 이 사실을 경력증명서와 표창 기록으로 정리해, 이번 일이 축적된 성향이 아니라 일회적 실수임을 문서로 세웠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감경 제외라는 벽 앞에서 '성실한 교사'라는 서사는 그 자체로 처분을 낮추지 못한다.
그래서 이현은 정황을 파고들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직접 작성한 탄원서였다. 교사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였으며, 이 일로 교사가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피해 학생 본인도 그 교사의 수업을 계속 듣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일반적인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 측이 가해자를 위해 나서는 일은 드물다. 이현은 이 이례적인 신뢰 관계를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했다.
더 나아가 이현은 동료 교사와 교장·교감의 탄원서를 취합해 평소의 근무 태도와 생활지도 열정을 제3자의 언어로 증언하게 했고, 한상우 교사가 사건 이후 스스로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성인지 감수성 상담을 받고 여러 차례 성희롱 예방·성인지 직무연수를 이수한 사실을 상담확인서와 이수증으로 묶어 제출했다. 반성은 말이 아니라 이력으로 제시되어야 했다.
여덟 건의 비교, 형평성이 있는 징계인가
증거가 모였다면, 이제 그것을 하나의 법리로 꿸 차례였다.

이현은 보충서면을 통해, 과거에 똑같이 '견책' 처분이 내려졌던 성 비위 사례 여덟 건을 찾아냈다.
그 사례들은 동료나 학생에 대한 직접적인 신체 접촉, 노골적인 성적 농담, 부적절한 영상 상영 등 비위의 무게가 이번 사건과 확연히 달랐다. 이현의 논리는 단순한 억울함이 아니라 형평성이었다. 훨씬 중한 비위와 수업 중 단어 선택의 실수를 같은 견책으로 처벌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처분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감경 제외 규정을 우회하는 길이 열렸다. 이현은 감경 여부를 다투는 대신, 처분 자체가 비위 정도에 비해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비례의 원칙 문제로 쟁점을 옮겼다. 징계로 지키려는 공익보다 교사가 입는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면, 그 처분은 최소 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구성이었다.
위원회는 왜 처분을 낮췄나
결국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견책 처분을 불문경고로 변경했다.

위원회는 발언이 교사로서 부적절했다는 점, 즉 징계 사유가 성립한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견책이라는 수위가 다소 과중하다고 보았다. 그 판단은 이현이 쌓아 올린 자료 위에서 내려졌다.
발언이 성적 가해가 아니라 수업의 일환이었다는 맥락, 피해 학생 측이 오히려 선처를 구했다는 탄원, 15년간 이어진 무징계 이력과 표창, 사후에 스스로 상담과 연수를 이수한 반성의 흔적, 그리고 훨씬 중한 비위들과 나란히 놓였을 때 드러나는 형평성의 균열.
성 비위는 감경 제외 대상이었고, 규정대로라면 견책은 정식 징계처분 중 가장 낮은 단계엿다. 그 단계조차 과중하다는 판단을 받아 낸 것이다. 위원회는 잘못은 인정하되, 그 대가로 정식 징계 기록까지 남기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한상우 교사에게는 어떤 정식 징계 이력도 남지 않았다.
포기부터 하려고 했다면
성 비위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많은 사람은 다툴 여지 자체가 사라졌다고 느낀다. 감경 제외 대상이라는 규정 앞에서 변론이 무슨 소용이냐는 체념도 흔하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정면으로 감경을 주장했다면 벽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러나 처분이 정당하다는 것과 처분의 수위가 적정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 틈을 파고들려면, 유리한 사정을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15년의 성실함을 경력증명서로, 피해자와의 신뢰를 탄원서로, 반성을 이수증으로, 억울함을 여덟 건의 비교 사례와 비례의 원칙으로 옮겨 놓는 일. 당사자가 혼자 해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증거화'와 '형평성 입증'이다.
비슷한 처분 앞에 서 있다면, 다툴 문이 정말 닫혔는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성 관련 비위는 표창이 있어도 감경이 안 된다던데, 그래도 처분을 낮출 수 있나요? A. 감경 제외 규정과 처분 수위의 적정성은 별개 문제입니다. 표창 등을 이유로 한 '감경'이 막혀 있더라도, 처분 자체가 비위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우면 비례의 원칙 위반, 재량권의 일탈·남용을 다툴 수 있습니다. 감경 제외 대상이라는 사실이 곧 처분 수위가 고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Q. 견책과 불문경고는 실제로 무엇이 다른가요? A. 견책은 국가공무원법상 정식 징계 처분 중 가장 낮은 단계로, 인사기록에 남아 이후의 승진·평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불문경고는 국가공무원법상 정식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징계위원회 의결에 따른 불문경고는 인사기록에 일정 기간 남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견책처럼 법정 징계처분으로 기록되는 것은 아니어서, 승진 제한 등 직접적인 법적 효과와 불이익의 정도에서 차이가 큽니다.
Q. 소청심사는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A.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처분이 있었던 것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기간을 넘기면 소청 자체가 각하될 수 있으므로, 처분을 받은 즉시 대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징계는 사라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공무원 징계는 형사 고소·고발과 달리 피해자의 의사만으로 좌우되지 않으며, 징계권자의 판단에 따라 절차가 진행됩니다. 다만 피해자의 선처 의사는 징계 수위를 정하는 양정 단계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는 중요한 사정입니다.
본 사례는 실제 사건을 각색한 콘텐츠이며, 결과는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부 이미지는 AI 생성 연출 컷입니다.
